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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주 4.5일제와 노동시간 단축 (근로 문화, 기업 구조, 제도 개혁)

by 민주주의 -자질,인사 및 공약-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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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 공약 가운데 주목할 만한 정책 중 하나는 ‘주 4.5일제 실시 지원’과 203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겠다는 노동 정책입니다. 이는 단지 주말을 조금 더 늘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장기 사회 구조 개혁안으로 평가됩니다. 주 4.5일제의 실현은 전 국민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가능한 도전 과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핵심 과제를 세 가지로 나누어 심층 분석합니다.

 

노동시간

 

일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 근로 문화의 전환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지만, 그에 비해 노동 생산성은 낮고,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 또한 높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적 모순 속에서 '주 4.5일제'는 단순한 휴일 확대를 넘어서, ‘일 중심’ 사회에서 ‘삶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근로 문화의 전환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성과 중심 조직문화로의 재정립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를 성실성의 척도로 인식해 왔습니다. 이는 장시간 근무를 미덕으로 여기는 관행을 낳았고, 직장 내 번아웃과 과로사를 야기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업무 수행의 기준을 ‘투입 시간’이 아니라 ‘산출 결과’로 평가하는 문화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평가 체계의 전면 개편과 성과 기반 보상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하며, 관리자 중심의 권위주의적 리더십 대신 코칭 중심의 협력적 리더십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의 제도화입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습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시행된 유연근무제를 상시 제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기록 관리, 원격근무 환경 조성, 데이터 보안 체계 구축 등 다방면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관리자와 리더의 인식 변화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제도가 있어도 이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마인드셋이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근로자에게 시간적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하고, 개별 성과를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진정한 주 4.5일제가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 교육, 워라밸 문화 캠페인, 정부 인증제도 등 다양한 지원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주 4.5일제는 근무 일수를 줄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일하는 철학’을 바꾸는 장기적 문화 개혁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생산성 재구조화

주 4.5일제 시행은 기업 입장에서 '근무일수 축소'로 인한 비용 증가나 생산성 저하의 우려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업 경영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조직의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변화는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기술의 도입입니다. 특히 단순 반복적인 업무, 문서작업, 고객 응대 등은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챗봇, AI 분석 툴을 통해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동화는 단지 인력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수단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일 수 있으므로, 정부가 디지털 전환 컨설팅,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 IT 인프라 구축 비용을 보조해 주는 맞춤형 지원 정책이 절실합니다.

둘째는 **업무 구조 재설계(워크플로우 혁신)**입니다. 많은 조직에서는 여전히 불필요한 보고체계, 중복된 업무 절차, 비효율적인 회의 문화가 존재합니다. 업무의 핵심을 재정의하고, 부서 간 협업 구조를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산업별 모범사례를 공개해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셋째는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 강화입니다.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성과를 유지하거나 향상한 구성원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는 단축된 근무 시간 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직원 스스로 업무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을 다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결국 기업이 이 정책을 수용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비용보다 장기적인 구조 개선의 기회로 바라봐야 하며, 이에 필요한 정부의 지원책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제도적 기반 정비와 법률 체계 개선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법률이 정비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주 4.5일제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고,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법제도적 기반 정비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근로기준법 및 관련 노동법의 개정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5일제에 맞춰져 있어 주 4.5일제를 전면 도입하려면 근로시간의 정의, 유급휴일의 개념, 연장근로 한도 등 여러 조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특히 서비스업, 제조업 등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근무제 모델을 병행할 수 있도록 법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는 사회적 합의 구조 마련입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권익을, 경영계는 생산성과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 둘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노동시간 개편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을 기반으로 단계별 시행 로드맵을 수립하고, 업종별 적용 방식에 유연성을 두어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는 공공부문에서의 시범 시행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함으로써 민간 기업에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가능성을 입증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과 표준화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상 지원 패키지 마련입니다. 주 4.5일제는 대기업보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인건비 지원, 인력 충원 보조금, 업무자동화 장비 구입 지원,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제도적 기반이 탄탄해야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련 법률의 정비, 재정 지원, 실행계획의 수립까지 전방위적 접근이 동반되어야 주 4.5일제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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